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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_없는_아트워크 (1).png

빛의 문턱에 서서, 선생님께.

​​김계피 X 연두

선생님, 어디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.
단 한 번도 저를 위해서 큰돈을 써본 적이 없다는 말씀부터 드려야겠네요. 저는 단 한 번도 저를 위해서 백 단위의 돈을 써 본 적이 없습니다. 소소하게 쓴 적은 있지만 크게 저를 위해서 쓴 적이 없습니다.

그런 생각이 들자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났습니다.

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는 건 금방 이었습니다.

숨이 막혔고 눈물이 났습니다. 문득 억울해졌습니다. 이렇게 죽는 게 억울하더라고요. 그래서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고 숙소를 예약했습니다. 무슨 정신으로 비행기에 올랐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.
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블라디보스토크였습니다.

주현 최종 (4).jpg

네가 머무는, 바로 그 해변

​​최예은 X 메이릴리

사람이 없는 해변으로 가고 싶었다.

 

빽빽한 빌딩이 이룬 거친 수풀 사이에서 많은 사람에게 치여 살던 내가, 단 하루만이라도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찾아온 섬이었다.

자연의 아름다움은 생각했던 것보다 보편적인 감상이었는지,

해변 건너편에 형형색색의 블록처럼 놓여진 카페들과 그 주위로 모여 움직이고 사진을 찍는 인파를 지나 좀 더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다.

바다의 한 쪽 구석진 곳, 검고 가파른 바위의 한 모퉁이에 신발을 벗고 파도 소리에 맞춰 눈을 감으려 했을 무렵이었다.

발길닿는 곳: 서비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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